“산업 자동화계 ‘안드로이드’ 목표” UAO(Universal Automation Organization)란?
Chloe Woo | Content Strategist
오늘날 산업 자동화는 더욱 복잡하고 고도화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여전히 새로운 기술 도입과 확장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UAO(Universal Automation.Org)입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UAO가 기존 자동화 시스템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그리고 ‘개방형 산업 자동화’라는 개념이 산업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유니버셜 오토메이션 협회(UAO; Universal Automation.Org)란?
개요
UAO는 *개방형 산업 자동화의 확산을 목표로 하는 독립적인 비영리 협회입니다. 산업 자동화 시스템에서 소프트웨어가 다양한 장비에서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된 런타임 실행 엔진을 제공하고 관리합니다.
- 개방형 산업 자동화: 기본 하드웨어(HW) 인프라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소프트웨어(SW) 애플리케이션을 모델링 및 배포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화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자동화 솔루션 방법론을 뜻합니다.
UAO 창립 멤버
UAO는 2021년 11월에 공식적으로 설립됐으며, 초기 창립 멤버는 아래 9개 회사였습니다.
- Bucher Automation: 산업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독일 기업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 맞춤형 자동화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 ESA: 이탈리아의 자동화 기술 기업으로, 산업용 HMI, PLC, 드라이브 등 다양한 자동화 제품을 개발 및 공급합니다.
- Gr3n: 스위스에 본사를 둔 환경 기술 스타트업으로, 혁신적인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통해 PET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Intel: 미국의 다국적 기술 기업으로, 반도체 칩, 프로세서 등 컴퓨터 하드웨어의 설계 및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 기업입니다.
- Kongsberg Maritime: 노르웨이의 해양 기술 기업으로, 선박 및 해양 구조물에 대한 위치 결정, 내비게이션, 자동화 시스템 등을 제공합니다.
- R. Stahl: 독일의 기업으로, 폭발 위험이 있는 환경에서 사용되는 방폭 전기 장비 및 솔루션을 전문적으로 제공합니다.
- Schneider Electric: 프랑스의 다국적 기업으로,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전문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Wood: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엔지니어링 및 컨설팅 기업으로, 에너지 및 산업 부문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Yokogawa: 일본의 전기공학 및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산업 자동화 및 측정 기기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2024년 현재 협회에는 인텔·오므론·코그넥스와 같은 글로벌 산업 전문 기업 외에도 현대자동차, 셸, 엑손모빌 등 최종 고객사와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속해 있습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포스텍을 비롯해 여러 대학과 정부 기관도 이름을 올렸고요.
창립 멤버인 슈나이더일렉트릭을 포함한 14개 제조사가 UAO 런타임 엔진이 내장된 제품을 출시한 상태입니다. [관련 페이지]
기존에 무엇이 문제였길래?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종속돼 있어서 생기는 문제들
UAO는 하드웨어 별로 개발된 독점적인 제어 시스템이 △범용 네트워킹 △상호 운용성 △지속 가능성을 방해한다고 지적합니다. [관련 기사]
- 범용 네트워킹 방해:
독점적인 제어 시스템은 특정 제조사의 장비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제조사의 장비와 함께 사용하기 어렵죠.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장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받기 힘들어지고, 따라서 전체 시스템이 고립되거나 제한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 상호 운용성 방해:
장비들이 서로 호환되지 않으면, 각각의 하드웨어에 맞는 소프트웨어나 제어 시스템을 따로 개발해야 합니다. 이는 여러 장비가 원활하게 협력하여 작동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같은 작업을 위해 다양한 소프트웨어나 장비를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을 초래합니다. - 지속 가능성 방해: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된 독점 시스템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이상 지원이 되지 않거나 업그레이드가 어려운 경우가 생깁니다. 이는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게 하며, 새로운 장비나 기능을 도입할 때 많은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로 다른 솔루션 업체의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는 보통 전혀 함께 작동하지 않거나 상당한 조정을 거쳐야만 작동합니다.
UAO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걸까?
“산업계 안드로이드가 돼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할 거야!”
UAO 런타임 실행 엔진이란?
- 스마트폰/안드로이드OS/애플리케이션: 비유를 들어볼게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다양한 제조사의 하드웨어(삼성, LG, 구글 등)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입니다. 앱 개발자가 안드로이드 OS 위에서 앱을 개발하면, 특정 하드웨어가 아니어도 모든 안드로이드 장치에서 앱이 실행되죠. 즉, 안드로이드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 산업용 장비/UAO 런타임 실행 엔진/소프트웨어: 이와 유사하게, UAO 런타임 엔진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해줍니다. 이 런타임 엔진은 *IEC 61499라는 개방형 국제 표준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를 통해 여러 제조업체의 장비를 자유롭게 연결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즉, 자동화 소프트웨어가 특정 하드웨어가 아니라 표준화된 런타임 엔진을 통해 실행되기 때문에 모든 산업용 장비에서 동일하게 작동될 수 있습니다.
IEC 61499 표준이 뭐길래?
산업 자동화 시스템에서 소프트웨어가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동일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든 국제 표준입니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시스템 수준의 설계 언어이죠. 주로 분산 제어 시스템(Distributed Control System, DCS)에 적용되며,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유연하고 모듈화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주요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 기능 블록 기반의 프로그래밍(Function Block):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작은 블록(Function Block) 단위로 나눕니다. 여러 개의 FB가 연결되어 전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며, 필요에 따라 재사용하거나 다른 시스템에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 분산 제어 시스템:
중앙 집중형 제어가 아닌, 분산 제어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적합합니다. 기능 블록들이 서로 다른 하드웨어(여러 PLC 또는 제어 장비)에서 동작하면서 서로 통신하므로, 제어 작업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시스템 확장성이나 유연성을 높이는 데 큰 장점이 있습니다. - 이벤트 기반 실행(Event-driven Execution):
이벤트 기반으로 FB가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즉, 특정 조건이나 이벤트가 발생할 때 블록이 실행됩니다. 이를 통해 시스템의 응답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하드웨어 독립성:
소프트웨어가 특정 장비나 제조사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하드웨어 플랫폼에서 실행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들을 손쉽게 통합할 수 있으며, 시스템의 유연성과 확장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 그래픽 모델링 및 표준화된 언어:
그래픽 모델링 방식을 지원하여, 복잡한 제어 시스템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표준화된 언어와 구조를 사용하므로, 여러 자동화 시스템 간의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고, 개발 및 유지 보수를 더 간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전면 개방 아닌, 공유 소스 개념
런타임 실행 엔진은 오픈소스 성지인 ‘깃허브’를 통해 코드가 공유되는데요. 전면 개방은 아닙니다. UAO에 유료로 가입한 회원사에만 코드를 제공하죠. 그래서 오픈소스보다는 ‘쉐어드(공유)소스’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그렉 부샤드 UAO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이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것처럼 앱이 돌아가는 환경을 관리하는 게 UAO의 역할”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업계 동향
– 슈나이더 일렉트릭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2022년 5월, UAO 런타임 엔진이 내장된 세계 최초의 범용 자동화 솔루션인 ‘에코스트럭처 오토메이션 엑스퍼트(EAE; EcoStruxure Automation Expert)’을 출시했습니다. [관련 기사]
UAO의 다른 벤더들의 하드웨어에도 동일하게 런타임 실행 엔진이 내장돼 출시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벤더의 여러 하드웨어로 전체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더라도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A 하드웨어에서 B 하드웨어로 이동할 수 있는 거죠.
예컨대, 소프트 dPAC이라는 제품은 EAE 안에 있는 PC 기반의 소프트 컨트롤러입니다. 이 솔루션을 사용하면 사용자는 하나의 하드웨어로 제어할 수 있고, HMI/SCADA나 SQL DB, 게이트웨이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필요 시에는 AI나 머신러닝 같은 추가적인 서드파티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통해 손쉽게 연결/통합할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2024년 1월 자동차 업계 최초로 UAO에 가입했습니다.5월에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아시아 최초로 UAO 세미나를 개최했고, 이 세미나에서 IEC 61499 표준에 대한 인사이트 공유와 개방형 산업 자동화 기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현대자동차는 협회 가입을 통해 슈나이더일렉트릭과 개방형 자동화 확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관련 기사]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KTL은 국내시장에 IEC 61499 교육을 제공하고 UAO 표준 제품들에 대한 테스트 및 인증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 5월에는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와 탄소 중립 및 범용 자동화 네트워크 협력을 확장하는 MOU를 체결했습니다. [관련 기사]